바닷가도 놀러가고 싶고
대게도 땡기던 차라 이번 연말
휴가는 고민도 않고 바로
영덕맛집을 찾아 떠나기로 했어요.
마침 이 지역에 사는 친구도
있었기에 현지인이 적극 권장하는
유명한 곳을 방문해보았답니다.
저희가 함께 들른 곳은
주변에서도 입소문이 자자한
강구항대게직판장 이오라고 하는
식당이었는데 말이죠.
얼마나 유명한지 태워다주신
택시 기사님도 바로 아 거기
맛있죠, 하시더라고요.
알고 보니 여기가 80년에 걸쳐
3대째 내려오는 전통 있는
식당이라고 하더군요?
늘 그 자리를 지키던 곳이라
근처 토박이 분들을 잡고 물으면
백이면 백 여길 가라 한다네요.
외관은 마치 지중해를 떠올리게
하는 듯한 시원한 파란색과
화이트톤이 믹스된 스타일이었어요.
사실 좀 전통이 있다기에
낡고 허름하지 않을까 슬쩍 걱정도
됐었는데 아주 깨끗하더라고요.
바닷가 근처에 있었는데,
청결해보이고 분위기도 예뻐서
한층 더 마음에 들었답니다.
보기도 좋은 떡이 먹기에도
좋다고 하잖아요?
그리고 저희는 차가 없어서 그냥
택시를 타고 오긴 했지만,
차량으로 방문하시는 분들을 위한
주차 공간도 넓어 보였고요.
여기 영덕맛집은 최소한 주차는
고민 없이 방문이 가능할 듯요.
밖에서부터 확인할 수 있었던
수족관의 상태도 깨끗했어요.
안팎으로 수족관이 꽤 여러 개가
있었는데 하나같이 큼지막한
대게가 듬뿍 담겨 있었어요.
사실 대게 맛의 8할쯤은
신선함이 다 한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굳이 산지까지 와서 먹는 것도
다 그런 이유 때문이니까요.
여기는 사장님이 직판장에
등록되어 있기에 늘 신선한
해산물을 저렴하게 받아오시는
편이라고 하더라고요.
그래서인지 퀄리티 대비
금액대도 합리적이라 더 부담없이
먹을 수가 있었답니다.
친구가 알려주는 대로 메뉴를
시켜놓고 잠시 기다리니
금방 상다리가 휘어질 것처럼
음식들이 쌓이기 시작했어요.
사진 찍기에도 딱 좋은 느낌으로
정갈하게 접시에 플레이팅이
되어 나와 더 좋았답니다.
사실 대게 먹으러 다니면서
고급진 비쥬얼까지 신경을
써본 적은 딱히 없거든요.
이런 걸 하나하나 세심하게
신경 쓰는 게 이곳의 장수 비결이
아니었을까 싶네요.
게다가 청결도 남달랐어요.
솔직히 제가 좀 민감해서
수저에 물자국만 좀 있어도
영 껄끄러워하거든요.
근데 여기 영덕맛집은 먼지
한 톨이 안 보이게 관리를 참
잘 하시더라고요.
개인적으로 이렇게 기본이
제대로 되어 있어야 롱런이
가능하다고 생각해요.
특히나 메뉴도 화려한 편이고
해산물이라서 청결 유지가
쉽지 않을 텐데 사장님이
대단하다 싶었답니다.
참고로 저희는 무난하게
그냥 기본 코스를 시켰는데요.
탱글한 계란찜이나 해파리 냉채
같이 나오는 반찬 하나하나가
먹음직스러웠던 거 같아요.
또, 반찬이라고 칭하는 게
미안할 만한 디쉬들도
잔뜩 준비되어 있었어요.
문어 숙회, 생선찜, 간장 게장 등
다른 곳에선 메인으로 먹어도
손색 없는 메뉴가 즐비했죠.
그중에서도 침샘이 고였던 건
치즈가 듬뿍 얹어져 나온
대게 구이였는데요.
사실 처음에는 랍스터인가
했는데, 게로도 비슷한 느낌이
나서 신기하더라고요.
솔직히 전 대게라고 하면 그냥
찜만 생각했었는데, 생각보다
다양한 요리들이 가능하단 걸
여기서 알게 되었어요.
다리살에 바삭한 튀김옷을
입힌 건 특히나 별미였답니다.
이 외에도 살을 쏙쏙
손질해서 치즈를 듬뿍 얹어
구워낸 메뉴도 있었고요.
고소한 치즈가 입 안에서
쭈욱 늘어나는데 영덕맛집답게
대게 안에 살이 알찼어요.
워낙 싱싱한 생물을
바로 손질하는 거다 보니까
회로도 즐길 수 있었답니다.
회는 얼음물에 담겨서 나와
더 시원하고 탱글한 식감이
유지되는 듯 해요.
참고로 저는 갑각류 회를
여기에서 처음으로
접해보았는데 말이죠.
은근 달큰한 향도 나면서
촉촉하니 사르륵 녹더라고요.
그리고 메인인 찜 같은 경우는
가지런하게 부위 별로 손질이
딱딱 되어서 나오더라고요.
솔직히 제가 한 번씩
대게를 찾긴 하지만 갑각류를
그다지 좋아하는 편은 아니에요.
맛은 정말 취향인데 손질이
번거로워 집에서 먹기엔
참 불편했거든요.
하지만 여기선 애초부터
깔끔하게 손질을 해서 주시니
그냥 즐기기만 하면 돼요.
오랜만에 만나 더 반가웠던
친구와 술잔을 기울이며
코스를 하나둘 맛보다 보니
슬슬 취기가 올라왔어요.
그리고 마침 타이밍 딱 좋게
탕을 끓여주시더군요.
뜨끈한 국물에 대게로
육수를 냈는데 그 맛이 어찌나
깊던지 계속 숟가락을 움직여
후루룩 떠마셨어요.
친구한테 이런 영덕맛집을
알려줘서 고맙다며 한 잔을
더 따라줬답니다.
국물이 워낙 진하다 보니까
밥 말아 먹어도 맛있고,
또 사리로 라면을 추가한 것도
순삭해버렸지 뭐예요.
배가 슬슬 불러오는 게
아쉬울 만큼 만족스러웠어요.
아무리 위장이 꽉 차도
화룡점정은 놓칠 수 없죠?
마무리는 역시나 혹시나
볶음밥이 게딱지에 듬뿍 담겨
나오는 거였어요.
내장을 긁어 모아서 밥이랑
슥슥 비볐는데 꿀맛이더라고요.
정말 이래서 밥도둑이란
표현을 쓰는 구나 싶었어요.
게 눈 감추 듯 먹어치우고 나니
어느 새 배가 빵빵해져서는
더 들어갈 틈이 없었답니다.
역시 대게는 영덕이었어요.
싱싱한 해산물만 사용하니
반찬부터 메인까지
어느 하나 비린 게 없었어요.
게다가 음식들 간도 딱 맞고
재료 고유의 맛이 잘 느껴지게
조리를 하신 사장님 손 맛이
돋보이는 곳이었달까요?
먼 거리를 달려왔음에도
충분히 그럴 가치가 있는 곳이다
하는 생각이 들었답니다.
나중에도 영덕맛집을 찾아오면
여긴 잊지 말고 또 들를라고요.
간만에 휴가를 써서 바닷가도
구경하고, 맛난 음식도 먹고,
하여튼 재충전은 제대로
하고 가는 듯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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